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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뽑아보는 2012 퓨처스리그 골든글러브

다이노스 in 그라운드 | 2012.10.10

2012년 프로야구 퓨처스리그 일정이 모두 끝이 났다. 화려한 시상식도, 싸이와 씨스타의 합동 축하무대도 없었다. 상품이나 상금은커녕 하다못해 애니팡 하트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대로 그냥 끝내기는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 그래서 뽑아봤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무대를 빛낸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들, 이름하여 ‘퓨처스리그 골든글러브’다. 올해 2군무대 기록을 근거로 선정했고, 규정타석과 이닝을 채운 선수들 중에서만 뽑았다. NC 선수도 세 명 포함됐다. 지면 관계상 수상소감이나 기쁨의 말춤은 정중하게 사양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볼까, 까, 까.


투수: 이재학(NC) | 21경기 139.2이닝 15승 2패 100탈삼진 평균자책 1.55

만일 퓨처스리그에도 사이영상 비슷한 것이 있다면, 올 시즌 이재학(NC)이야말로 그 상에 가장 어울리는 투수일 것이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NC로 건너온 이재학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에이스로 군림했다. 순진무구해 보이는 표정으로 던지는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구위 앞에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NC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고, 투구이닝(139.2)과 평균자책(1.55), 다승(15승)과 승률(.882)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싱킹 패스트볼을 활용해 맞춰잡는 피칭을 구사하면서도 탈삼진도 100개를 잡아내며 전체 3위에 올랐다. 이재학이 맹활약을 펼친 비결은 2011년 내내 그를 괴롭힌 팔꿈치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했기 때문. 사이드암 투수임에도 140km/h 초반대의 빠른 볼과 꿈틀대는 투심을 구사하며, 약점이던 제구력에서도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체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즌 막바지에 더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8월 한달동안 완투승 1번, 완봉승 1번에 4경기 32이닝 동안 자책점은 단 2점. 시즌 마지막 등판인 9월 2일 SK전에서도 또 한차례의 완투쇼를 펼쳤다(2실점). 내년 시즌 1군 무대에서도 NC의 주력 투수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포수: 이재원(상무-SK) | 76경기 292타수 102안타 11홈런 76타점 .349/.403/.534

‘류현진 거르고 이재원’. 2006 신인드래프트에서 동산고 류현진을 제치고 SK의 1차 지명을 받을 만큼, 고교 시절부터 대형 포수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프로에서는 박경완, 정상호 등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다. 포수로 출전할 기회가 적다 보니 약점인 포수 수비도 좀처럼 향상되지 않았다. 결국 이재원은 지명타자와 좌투수 전문 대타로 간간이 나오다 2010년을 끝으로 군 팀인 상무에 입단했다. 군입대가 이재원에게는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됐다. 지난해 1년 윗 기수인 이지영(삼성)의 백업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뒤, 올해는 상무의 풀타임 주전 포수가 되어 공수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장기인 방망이는 더욱 힘과 날카로움을 더했고, 수비에서도 꾸준한 경기 경험 덕분에 안정감이 생겼다. 제대 후 소속팀 SK에 돌아가서도 여전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16경기에서 타율 .321에 2홈런 7타점. 좌완투수를 상대로는 16타수 7안타 2홈런으로 타율이 .438에 달한다. 전국의 좌완 투수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SK의 ‘포스트 박경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루수: 조평호(NC) | 96경기 304타수 85안타 10홈런 48타점 .280/.385/.457

2차 드래프트가 낳은 또 하나의 스타. 2004년 현대 입단 후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좀처럼 1군에서 자리를 찾지 못했다. 통산 1군 31타수 동안 쳐낸 안타는 딱 하나뿐. 그러나 장타자로의 가능성을 높게 산 NC가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선택했다.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활약을 못하면서 이명환-김종찬에 밀려났지만, 롯데와의 홈 개막 3연전에서 10타수 5안타 2타점으로 ‘폭발’하며 단박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결국 시즌 내내 붙박이 1루수 겸 4번타자로 출전하며 0.280의 빼어난 타율에 10홈런 7도루 48타점으로 퓨처스리그를 맹폭했다. NC에 합류한 뒤 약점이던 변화구 대처 능력과 수비력이 부쩍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큰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주력도 수준급이고 주루플레이 능력도 좋아서 활용가치가 높다. 올해 그의 나이 27세, 벌써 프로 데뷔 9년차다. 2009년 MVP 김상현은 프로 9년차에, 올 시즌 MVP가 유력한 박병호는 프로 8년차에 잠재력을 터뜨렸다. 앞으로의 조평호를 더욱 주목해야 할 이유다.


2루수: 차화준(넥센) | 66경기 253타수 72타수 24타점 27도루 .285/.362/.379

2년간의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올 시즌 넥센에 복귀했다. 공백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따. 올해 기록한 27개의 도루는 백왕중-나성범에 이은 퓨처스리그 전체 3위에 해당된다. 특히 프로데뷔 초기 약점으로 지적받던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즌 막바지에는 1군에 합류해 4년만의 안타도 신고했다. 다만 주포지션인 2루 자리에 서건창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 차화준은 원래 데뷔 때는 유격수였다가 강정호 입단 이후 2루수로 포지션을 전향한 바 있다. 그렇게 보면 약간은 운이 따르지 않는 편. 그래도 좌타자가 부족한 넥센 팀 사정상, 내년 시즌부터 내야 백업요원으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3루수: 모창민(상무-SK) | 81경기 300타수 106안타 11홈런 61타점 .353/.414/.557

‘알폰소 모리아노’에서 퓨처스리그의 A-로드로. 2008년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SK에 입단할 때부터 많은 기대를 모은 유망주였다. 타고난 신체조건에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장타력을 한 몸에 전부 갖춘데다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는 슈퍼유틸리티 플레이어로도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꾸준히 주어진 기회에 비해 1군에서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 2010년을 끝으로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 보여준 모창민의 변신은 놀랍다. 왔다갔다 하던 포지션이 3루로 고정되고 중심타선에 꾸준하게 기용된 결과, 자신감 넘치는 스윙을 하는 거포로 탈바꿈했다. 입대 직전 경기에서 보여주던 자신감 없는 모습과는 딴판이다. 올 시즌에는 타율 4위, 홈런 2위, 타점 4위 등 거의 타격 전부문에서 상위권을 휩쓸면서 무시무시한 활약을 선보였다. 제대 후에는 이재원과 함께 곧바로 SK에 합류, 경기를 거듭할수록 서서히 1군 투수들의 공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0월 4일 삼성전에서는 제대를 자축하는 첫 홈런도 터뜨렸다. 가뜩이나 빈틈없는 SK 내야진이 모창민의 복귀로 두 배는 더 두꺼워진 느낌이다.


유격수: 백상원(상무-삼성) | 88경기 297타수 84안타 36타점 18도루 .283/.407/.357

퓨처스리그에서 시즌 내내 공수에서 균형잡힌 활약을 보여주는 유격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은 공격과 수비 중 한쪽에 약점이 있거나, 좀 잘한다 싶으면 시즌 도중에 1군으로 불려 올라가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올 시즌 내내 상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백상원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백상원은 제대 전까지 거의 전경기에 가까운 88경기에 출전해 .283의 높은 타율에 도루 18개로 ‘호타준족’의 진면목을 보였다. 특히 삼진은 36차례에 불과한 반면, 볼넷을 60개나 얻어 나가면서 투구추적 시스템이 눈에 달린 듯한 선구안을 자랑했다. 수비에서도 이제 유격수 전향 3년차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선수라 프로 1군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현재는 원래 소속팀인 삼성으로 복귀한 상태. 삼성은 빈틈없는 전력을 자랑하지만 김상수의 백업 유격수와 2루수 자리가 고민인 팀이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내야수를 대거 뽑은 것도 그런 고민 때문이다. 퓨처스에서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은 백상원의 복귀는 천군만마와도 같다.


외야수: 정현석(경찰청-한화) | 92경기 321타수 118안타 10홈런 69타점 .368/.441/.573

올 시즌 퓨처스리그 타격왕. 1군 타격왕 김태균(.363)보다도 높은 .368의 고타율로 팀 동료 장성우(.366)를 제치고 타격왕에 올랐다. 대학 시절까지는 투수로 활약하다 한화 입단과 함께 외야수로 전향해 성공한 케이스다. 프로 데뷔 초기에는 타격보다는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투수 출신다운 강력한 어깨와 정확한 타구판단 능력으로 한화 외야수 중 가장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였다. 타격에서는 왼손투수를 상대로 아주 강한 면모를 보였고, 특히 입대 전인 2010년에는 114경기에서 타율 .262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경찰청 입단 뒤에는 꾸준한 경기 출장을 통해서 타격에 새롭게 눈을 뜬 모습. 좋은 외야 자원이 부족한 한화에서 내년도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체격조건 좋은 선수를 선호하는 신임 김응룡 감독의 입맛에도 딱 들어맞는 우람한 체구의 소유자다. 정현석이 생애 처음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곳은 야구부가 아닌 씨름부였다.


외야수: 나성범(NC) | 94경기 317타수 96안타 16홈런 67타점 29도루 .303/.418/.511

올해 퓨처스리그가 낳은 최고의 스타. 이 글에서 선택한 10명 중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이다. 대학 최고 좌완투수에서 NC 입단 후 타자로 변신, 첫해부터 퓨처스 마운드를 초토화하고 있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 배팅 파워 등을 한 몸에 다 갖췄다. 여기에 훈련 태도도 성실하고 야구를 대하는 자세도 진지하다. 적응 기간도 필요없다는 듯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잠깐이지만 타율, 홈런, 타점, 도루 등 타격 전부문에서 1위를 달리던 때도 있었다. 시즌 중반 들어 잠시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무난하게 극복하면서 홈런, 타점, 장타율 등 3개 부문 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투수들의 집중 견제로 무려 33개나 되는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는데, 이는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단일시즌 역대 11위(1889년 토미 터커)에 해당되는 엄청난 숫자다. 그 덕분에 나성범의 근육질 몸은 졸지에 달마시안처럼 되고 말았다. 나성범을 상대한 다른 팀 투수들은 하나같이 “내년 1군 무대에서도 통할 만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러나 나성범 본인은 “아직 부족한 게 많다”며 신중한 자세다. NC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로 성장이 기대된다.


외야수: 민병헌(경찰청-두산) | 83경기 260타수 89안타 51타점 24도루 .342/.435/.535

2011년 퓨처스리그 타격왕. 올해 시즌 초엔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결국 3-4-5의 아름다운 스탯으로 시즌을 끝냈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입단한 첫해부터 주목을 받았다. 번개처럼 빠른 발과 안정적인 외야 수비, 강한 어깨를 겸비해 고졸 신인임에도 1군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타격 쪽에서의 성장이 더디면서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경찰청 입단 이후에는 타격에서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부터 장점이던 파워는 물론이고 정확성도 크게 향상됐다. 무엇보다 1군에서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한 게 가장 큰 수확이다. 10월 3일 제대 후에는 1군 엔트리에 합류해서 첫 안타도 신고했다. 뿐만 아니라 주전 우익수 정수빈의 부상으로 준플레이오프 출전 기회까지 얻으면서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민병헌이 한 해에 2군과 1군 소속팀을 모두 우승으로 이끄는 최초의 선수가 될 수 있을까.


지명타자: 김대우(롯데) | 78경기 277타수 82안타 10홈런 65타점 21도루 .296/.373/.477

이 리스트에서 가장 힘들게 선정한 포지션. 퓨처스리그에서는 롯데 홍성흔처럼 전문 지명타자로 나오는 선수가 없다. 그날그날 9개 수비위치를 채운 뒤에 남은 선수를 지명타자로 배치한다. 당연히 매 경기마다 지명타자로 나오는 선수가 달라진다. 1군에서의 지명타자가 공격력 강화를 위한 자리라면, 2군에서는 감독이 보다 많은 선수를 폭넓게 기용하도록 도와주는 자리에 가깝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지명타자를 선정했다. 투수부터 외야까지 9개 포지션을 먼저 정한 뒤에, 남은 선수들 중 가장 탁월한 공격력을 보여준 선수를 골랐다. 그 주인공은 롯데 퓨처스팀에서 거의 이승엽 급의 활약을 펼친 김대우. 원래 투수였다가 지난해 7월 타자로 전향한 그는 올 시즌 초반에는 1루수로 주로 나서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구멍난 외야를 메우기 위해 좌익수로도 자주 출전했다. 김대우의 활약상은 너무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는 보기 힘들 정도다. 3할에 가까운 타율과 10개의 홈런, 여기에 21개의 도루까지 해내며 타자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알렸다. 비록 시즌 후반 1군에 올라가서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내년 시즌에는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롯데 1루는 보다 많은 파워가 필요한 자리다. 박종윤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김대우라면 좋은 경쟁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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